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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손녀딸 기사 (조선일보12-17-08)
김유미 2008-12-22
2008년 12월 17일 조선일보 사회면에 나온 기사입니다.
( 박선이 여성전문기자)
사진이 여러장 나왔는데 여기 복사가 되지 않는군요.
(김유미)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바나비(Barnabee) 가족이 웃음을 터뜨렸다. 18개월 난 아기 엘리자베스가 카메라를 보게 하려고 외할머니가 수십 번 손뼉을 치고 "까꿍"을 하자 엘리자베스가 웃으며 반응했기 때문이다. 다섯 살 난 오빠 케니가 더 신나서 웃었다. 일곱 살 난 큰오빠 조이는 기특하다는 듯 엘리자베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캘리포니아 롱비치에 사는 조 바나비(40)씨 가족의 올 크리스마스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먼저 새 식구가 한 명 늘었다. 지난 4월 입양한 엘리자베스다. 또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 산업설비 생산회사 부사장이던 바나비씨의 직함과 직장명이 없어졌다. 엘리자베스를 돌보기 위해 지난 6월 회사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가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지난 8개월 동안 온 가족이 꿈꿔왔던 일이다. 보통 아이들이면 종알종알 말문이 트이고도 남을 나이지만, 고도의 청각장애를 지닌 엘리자베스는 옹알이조차 못했다.

▲ 조 바나비(왼쪽)씨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자택에서 입양한 딸 엘리자베스와 손뼉을 치며 놀고 있다. 청각 장애가 있는 엘리자 베스의 귀에 언어 훈련을 도와주는 인공 와우 장치가 달려 있다. 박선이 여성전문기자
지난 9월 말 인공 와우(�牛·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하고 언어 훈련을 받고 있는 엘리자베스는 요즘 아빠를 가리키며 어눌하게 "다(dad)"라고 말한다. 바나비씨가 언어 교실에서 배운 대로 고양이 가면과 강아지 가면을 바꿔 써가며 울음소리를 흉내 내면 따라 하려 애쓴다. 바나비씨와 부인 크리스틴 안(Ahn)씨는 동갑내기 고등학교 동창. 10년 전 결혼해 두 아들을 뒀고, 셋째 아이는 입양하자고 뜻을 모았다. 안씨는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교포 2세. 부인의 모국과 감자탕, 육개장을 사랑하는 바나비씨가 앞장 서서 "한국 딸을 얻자"고 했다. 3년을 기다린 끝에 서울에서 직접 데려온 아이는 미국 도착 일주일 만에 청각장애 진단을 받았다. 두 사람에게는 엄청난 고민과 눈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한국의 입양기관에서 보낸 자료는 완벽했어요. 입양기관 담당자는 한국에 있을 때 미팅룸에서 아기가 '엄마'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오히려 비행기 타고 오면서 무슨 사고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되묻더군요. 처음에는 정말 화도 났어요. 우리가 그렇게 금세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 한국에서는 9개월 동안 모를 수가 있었는지 의아했습니다." 입양기관에서도 사과했고, 주변에서도 모두 파양(罷養)을 권했다. 바나비씨는 미국 내 8개 공장을 책임지는 기술 담당 부사장, 크리스틴은 세계적 컨설팅기업인 AT 커니사 파트너로 일주일에 너덧새는 전 세계로 출장을 다녀야 할 정도로 바빴기 때문이다. 한 달을 눈물 흘리며 고민했던 두 사람은 엘리자베스를 돌려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 고도 청각장애를 지닌 엘리자베스(사진 뒷줄 제일 오른쪽)를 입양한 바나비씨 가족이 지 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자택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주변에 모여 환하게 웃고 있다. 박선이 여성전문기자
"내가 낳은 아이가 청각 장애라면 포기하겠습니까? 입양한 그날부터 제 아이인데, 어떻게 청각 장애를 이유로 포기하겠습니까?" 크리스틴의 말에 남편은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며 반가워했다. "모두들 우리에게 어려운 일이라고 했어요. 물론 어렵겠지요. 하지만 누구는 어려움이 없나요? 우리 부모님은 한국에서 6·25 전쟁도 겪었는데요."

두 아들은 보모를 채용해서 키웠지만 청각 장애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는 둘 중 한 사람이 전적으로 매달려야 했다. "아내가 앞으로 더 큰 가능성이 있다"며 바나비씨가 퇴직을 자청했다. 그의 사직서는 회사 사람들을 다 울렸다. 그는 이렇게 썼다. "19년 전 나는 눈을 휘둥그렇게 뜬 풋내기 엔지니어였습니다. 지금 나는 눈을 휘둥그렇게 뜬 풋내기 아빠입니다. 이 회사에서 나는 그리 잘 듣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청각 장애 딸 덕에,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듣는 법을 배울 것입니다."

인공 와우 수술은 19만5000달러가 들었다. 언어 프로세서는 별도로 1만5000달러가 들었다. 다행히 언어 훈련은 무료지만, 지금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인공와우로 듣는 소리는 정상인들이 듣는 소리와는 전혀 다릅니다. 인간의 뇌는 자연스럽게 소음과 언어를 구별하지만, 인공 와우의 컴퓨터 칩은 모든 소리를 다 전달하거든요. 그 중에 어떤 게 언어인지 듣기 훈련을 받아야 말도 할 수 있습니다."

바나비씨는 일주일에 한 번 언어교실 학부모 모임에도 꼭 참석한다. "열 살 먹은 한국 소년이 하나 있는데 말을 아주 잘해요. 그 아일 보고 우리 부부는 기뻐서 또 울었죠. 엘리자베스도 반드시 더 큰 성취를 해낼 거라고 믿어요."

지난 6일 밤 롱비치 2번가에서는 크리스마스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짧은 머리 위로 안테나를 붙이고 언어 프로세서를 귀에 꽂은 엘리자베스는 아빠의 목말을 타고 거리로 나갔다. 관악 연주에 맞춰 조그만 엉덩이를 즐겁게 흔들었다. 귀 밑에 심은 인공와우가 엘리자베스에게 음악과 삶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바나비 가족의 도전은 그렇게 계속되고 있다.

인공 와우(蝸牛)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꾸어 인식하는 내부 이식 장치와 언어프로세서 기능을 갖춘 이어폰 형태의 마이크로폰, 안테나 등 3개로 이뤄진 장치. 내부 장치는 귀 밑에 영구 이식하며 안테나를 부착하기 위해 자석을 두피 아래 심는다. 인공 와우를 통해 인식하는 소리는 일반인들이 듣는 소리와는 다르고, 특정 의미를 지닌 언어를 구별해서 인식하기 위해 언어 훈련을 받아야 한다.
입력 : 2008.12.17 04:21 / 수정 : 2008.12.17 13:38
      
김유미 손녀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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