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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강사는 아무나 하나
김유미 2011-11-05
영어 강사

미국이든 영국이든 영어가 주 언어인 국가에서는 도둑이나 강도 같은 범죄자도 영어를 합니다. 착한 사람이든 악한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면 한국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한국어를 한다고 다 국어선생님이 될 수 없듯, 영어를 잘한다고 다 영어선생님이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 아주 단순하기 짝 없는 이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어쩐 일인지 한국에서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면 자격 여부를 떠나 영어 선생님으로 둔갑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오래 전, 방학 기간 동안 서울의 교육연수원에서 한국의 현직 교사들에게 조기영어교수법과 교육론을 강의 할 때입니다.
영어 회화 시간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 '영어 강사'들의 자질이 의심스러웠습니다.
한국이든 어느 나라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사람 됨됨이는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어휘 선택이라든가 행동 가짐 등등으로 짐작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고향이 어딘지, 학교는 어느 곳에 다녔는지 등등, 휴식 시간에 자연스럽게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곤 했는데 그들이 다녔다는 대학도 들어본 적이 없는 대학이었고 아예 대학 중퇴생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가르치고 있는 대상은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아니고 한국 교사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당당한  교육자들이었습니다. 영어가 외국어이기 때문에 방학기간동안 영어 연수를 받고 있을 뿐인데,
대학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교사들에게 '선생님' 노릇을 한다는 사실이 황당하고 불쾌하기까지 했습니다.

본인 스스로 어떤 목적이나 뜻에 의한 중퇴가 아니고, 학비가 없어서 중퇴하는 경우는 미국에서 극히 드문 일입니다. 성적만 좋으면 장학금 제도도 다양하고, 또 학생들을 위한 은행 융자 제도 또한 잘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대한민국 교육청에서 이렇게 아무나 '영어강사' 로 대한민국 교사들을 지도하게 한단 말인가?
한국의 영어마을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영어강사들 중에도 알아듣기 힘든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영어마을 각 곳에서 나름대로 강사들의 자질을 심사해서 고용하겠지만, 내가 만나 본 강사들 중에는  영어를 하는 건지 러시아 말을 하는 건지 정말 알아듣기 힘들 정도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영어라고 하여 반드시 미국식이나 영국식 영어라는 법은 없지 않는가?” 라고 누군가가 반문한다면 대꾸할 말이 없지만,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무난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영어를 표준영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에서 거의 50년이 되도록 살고 있고, 또 미국 학교에서 오랫동안 교편도 잡았었지만, 지금도 미국 남부의 심한 억양은 알아듣기 힘듭니다. 그토록 미 남부 지역은 같은 어휘라 하여도 억양과 발음이 아주 독특합니다.
2006년 10월호 Smithsonian 잡지에 이 '지방 어'에 대한 기사가 특집으로 실렸었습니다.
"Say What?" (뭐라고?)
이 특집 기사 제목은 “당신 지금 뭐라고 말했습니까?”  “당신 지금 어느 나라 말을 하는 겁니까?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뜻입니다.
유유상종이라고 미국 내에서도 이렇게 자신과 억양이나 발음이 같은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것을 편하게 여긴다는 글이었습니다. 억양이나 발음이 달라 말이 잘 안 통한다는 것은 어휘 그 자체뿐 아니라  문화적, 정서적으로 구별될 뿐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신분까지 차별화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미국인 영어강사가 버스 안에서 손님을 구타하며 난동을 피웠다 합니다.
그의 변명처럼 그에게 누군가가 심한 욕설을 했든 안했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버스 안에서 손님에게 주먹질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선생님' 소리를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
LA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수배돼 10여 년간이나 도피생활을 하던 갱단 출신 한인이 신분을 속여 서울 강남에서 어학원을 운영해 오다가 구속된 사건도 있습니다.
여느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교육 분야는 도덕성이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영어 강사는 아무나 하나?'
영어 강사 자질 심사에 좀 더 엄격했으면 합니다.
(2011. 9.19 뉴데일리 /오늘의 칼럼/ 김유미 '문화인101')
  
미국식 학교교육
남기고 싶은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