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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사는 나라의 고민
김유미 2011-05-26
잘사는 나라의 고민

미국이라는 나라는 100 개 이상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Melting Pot 사회입니다.
어디선가, '희망의 땅', '기회의 땅'을 찾아 이민 보따리를 들고 찾아 온 사람들로 이루어진 나라, 그 시기가 200년 전이냐, 100년 전이냐, 50, 30년 ,20, 10 년 전이냐 하는 것이 다를 뿐, 분명 미국은 이민자들의 땅입니다.

100개 넘는 언어의 나라 미국 <2중언어교육>

미국의 이중 언어 교육은 버지니아 주에서 폴란드 이민자들의 끈질긴 항의와 요구에 의해 발단되었습니다.
그들은 영어 한마디 할 줄 모르는 폴란드 어린이들을 차별대우 하며 영어만이 미국의 공용어라고 우기는 영국인들의 “English Only" 교육에 반발하였습니다.
그들은 영어와 폴란드 언어를 함께 사용하며 공부할 것을 요구하였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산발적으로 여기저기서 행해지던 이중 언어 교육이 1839년, 오하이오 주에서 German-English 이중언어 교육제도가 주법으로 정식 통과되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Title VII' 이라는 이름으로 이중 언어 교육제도가 미 의회를 통과하여 미전역에 본격적으로 실시되기 시작한 것은, 130년 후인 1968년입니다.  
이민자들의 자녀들이 영어로 모든 과목을 공부할 수 있을 때까지, 자기 나라말과 영어를 함께 사용해가며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이중 언어 교육제도’는 2010년인 현재까지도 찬반 의견이 분분합니다.
 

불법 이민자들 자녀들만 110만명
아직도 전 세계에서 미국을 “기회의 땅” “희망의 땅” 이라 생각하고 이민 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의 시작이 이민자들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미국은 합법적 이민자들을 환영하고 있으며 또한 미국이 오늘 날 세계 제 1위 강국이 되기까지에는 이민자들의 힘이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영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르고, 쓸 줄 모르고, 읽을 줄 모르는 이민자들의 자녀들에 대한 교육 문제가 미국 사회 전반의 문제로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미전역에서 학교에 다니는 불법 이민자들의 자녀들은 110만 명을 넘는다 합니다. ( The Center for Immigration Studies in Washington, DC)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멕시코인 들은 약 1천 5백만 명에 이르고 그중 약 8백만 명이 불법 이민자라고 합니다. Washington DC의 “Pew Research Center"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불법으로라도 미국에 가고 싶다는 멕시코인이 1억 넘는 인구 중 20%에 이른다 합니다.

"당신 세금으로 불법이민자 무료교육 시키는데..."
불법이민자들, 그 중에 멕시코인을 비롯한 라틴민족계가 제일 많이 사는 곳이 California로 약 3백만 이상입니다. 그들 자녀들을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 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2.2 billion을 넘는다 합니다. (California  Department of Education)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지만 미국은 이민자들 자녀들뿐 아니라 저소득층 이민자들에게 community college 같은 곳에서 성인 영어교육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자녀가 영어 한마디 알아듣지 못하는 이민자들의 자녀들과 함께 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어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미국의 교육 수준이 점점 낮아져 세계 3등 국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특히 불법이민 가정의 아이들을 당신의 세금으로 공부시키고 있다는 데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Illegal Immigration Education Meltdown In America’에 나온 Frosty Wooldridge 의 글입니다. (2010.1.10)
이토록 미국에서 불법 이민자 자녀들에 대한 교육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점점 더 떠오르고 있습니다. 교육 예산이 삭감되는 등, 어떤 주는 5일 수업을 4일로 줄여야 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에 부딪치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이 불법이민자 자녀들의 교육비용인 것입니다.

허드렛일 도맡은 밀입국 멕시칸들
불법이민자들을 어찌 할 것인가? 그들에게도 미국 시민권을 부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니면 국경지대의 불법이민 단속을 더 강화할 것인가.
미국 의회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몇 년 째 현재까지도 끈질긴 토론이 계속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길이가 3,2005km나 되는 멕시코 국경지대의 치안을 위해 미국은 지난 5년간 100억 달러 지출과 2만 명의 경비 인력을 늘려 배치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미국으로 밀입국을 하다가 사망한 멕시코인 들의 수가 3천8백 명에서 5천600명에 이른다 합니다. (2009.10 미국 시민자유연맹 발표)
그러나 불법 이민자들, 잠시 왔다 가는 불법 체류자들. 미국은 그들이 필요합니다.
미 초창기, 흑인 노예들이 더럽고 힘든 일은 도맡아 하였듯, 현재는 멕시코인을 비롯한 라틴계 민족들이 미국의 허드레 일을 도맡아 하는 실정입니다. 미국의 곡식 창고인 California 주의 Bakersfield 나 Fresno지역을 지나가보면 끝없는 벌판에 50명, 100명 줄 지어 야채밭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거의 다 그들입니다. 멀리 볼 것 없이 우리 집을 비롯해 우리 동네에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잔디를 깎아주는 사람도 멕시코사람입니다.
현재 미국 각 곳에서 힘든 일, 더러운 일들은 이민자들, 특히 불법이민자들이 도맡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마 불법 체류자들을 다 색출해 쫓아낸다면 다른 지역은 몰라도 California의 곡창지대는  하루아침에 마비상태에 빠질 지도 모릅니다.

불법이든 아니든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 시켜
잘 사는 나라일수록 가난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몰려오기 마련입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이민보따리를 들고 정든 땅을 떠나는 사람들.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은 역이민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불과 30~40년 전, 우리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그 당시, '저 혼자 잘 살겠다고 고국을 떠나는 나쁜 놈들' 소리까지 들어가면서도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민자들은 부지런히 일해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자식들을 대학까지 공부시켜 오늘 날, 한국 사람들은 '똑똑한 백성이다' '잘 산다.' 라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에 대해 해를 넘겨가며 끈질기게 미 의회에서 토론이 계속되는 것은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선진국의 고민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불법 체류 문제를 떠나, 이중 언어 교육의 장단점을 떠나, 외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의 자녀들에게 미국 태생 아이들과 똑같이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미국 교장 "불법 따지지말고 당장 입학시켜라"
2009년이 저물어 가는 12월 어느 날, KBS TV뉴스를 보다가 어느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걸 들었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자녀 교육에 관한 것이었는데 교장선생님은 “그 아이들은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매리가 떠올랐습니다.
이중 언어 교육이 실시되기 시작한 70년대 초반 나는 한국 이중언어 교사로 시작해 때로는 ESL교사, 때로는 일반 교실 담임을 맡으며 20여년 교직에 있었습니다.
한국 아이들을 비롯해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자 하루는 교사회의 때, “여기가 유엔이냐? 왜 영어 한마디 못하는 외국인 학생들까지 가르쳐야 하느냐? 영어를 못 알아듣는 데 어떻게 가르치란 말이냐? 정말 선생님 노릇 하기 힘들다.”며 4학년 담임, 매리가 신경질적으로 말했습니다. 그 당시, 매리가 말하는 외국인 학생이란 거의 모두가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었습니다. 그 때, 교장선생님은 학교에 들어오는 모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선생의 의무이며, 가르치기 힘들다거나 싫으면 언제라도 사표를 내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70년대 초반, 한국에서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에 왔습니다.
그 당시, 한국에서 온 사람들 중에는 불법이민자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때로 이런 부모님이 나를 찾아 와, 아이를 학교에 보내긴 보내야 할 텐데 입학시키기가 두렵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사실을 솔직하게 교장선생님과 의논했더니 문교당국과 이민국은 상관없으니 당장 아이를 입학시키라 하였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등, 여러 나라에 이민 간 우리 한국 사람들 자녀들이 지금도 이렇게 무료 교육 혜택을 많이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제가정 자녀들은 지금?
이제는 잘사는 나라, 한국에 일자리를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은 사회 문제로 크게 부각되고 있지 않지만 곳곳에서 이미 이들의 문제가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한국 남성에게 시집 온 여성들. 그들은 그들의 삶의 터전을 한국 땅에 심으려는 여성들입니다. 그리고 그 가정에서 태어난 2세들 문제 또한 우리 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외면하면 안 되는 문제입니다.
“나보다 덜 배운 자, 덜 가진 자, 그리고 나보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젊은 세대를 키워야 한다는 게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 Howard Gardner의 책 "Five Minds for the Future" 의 핵심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이제 한국은 대단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잘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울타리를 넘어 글로벌 코리아의 의식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2010.3.26 뉴데일리/김유미<문화인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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