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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방지-2
김유미 2012-04-30
왕따 방지 2
 
한국의 국토해양팀장 서기관인 젊은 공무원이 미국에 와서 2년 동안 공부하고 돌아가 미국에 대해 느낀 점을  적은 메모장을 읽었습니다. 
질서가 있다.
논리와 토론을 통해 질서가 정해진다. 주어진 질서는 지킨다.
질서에서 벗어나면 '왕따'를 당하는 나라.
"질서에서 벗어나면 왕따를 당한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그가 관찰한 예리한 지적입니다.
그의 관찰대로 미국에서는 질서,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왕따' 당합니다.
신호등이 빨간 색이면 한 밤중, 사거리에 차가 한 대 없어도 그냥 불빛이 바뀔 때까지 정지해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신기했다고 미국을 일주일동안 다녀갔던 한국의 변호사가 쓴 글을 한국 신문에서 읽은 적 있습니다.
주어진 질서는 지켜야 한다는 것. 룰을 준수해야 하는 이 기본 의식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스포츠 정신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것입니다.
사방에 차가 없다고 은근슬쩍 빨간 신호등에 그냥 가는 사람은 정신이상자로 취급당하기 십상인 게 미국의 질서 의식입니다.
질서를 부르짖어도 질서가 잘 지켜지지 않는 나라와 선진국 나라와의 다른 모습입니다.
스포츠의 나라
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가까이 한다. 공부도 하면서 운동을 만끽한다.
스포츠가 일상화 되어있다. 스포츠에 대한 토양이 다른 듯하다.
 
주말에 동네 공원에서 벌어지는 축구, 야구 시합 같은 것을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열 개 이상 게임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대형 공원에서는 남자애들뿐 아니라 여자애들 팀도 시합을 합니다.   
오색가지 유니폼을 입고 넓은 운동장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시합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꼬마들은 미끄럼도 타고 그네도 타고 때로는 숨바꼭질을 하느라 달리고 엎어지고 하면서 놀고, 갓난쟁이들은 유모차에서 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말 아이들 운동경기에 온 식구가 다 총동원되는 것입니다.

시합이 끝나면 한 줄로 죽 서서 상대방 팀과 손바닥치기를 한 다음 역시 한 줄로 죽 서서 손을 내밀고 기다리고 있는 부모들과도 손바닥치기를 합니다.
부모들은 내 아이 팀이 시합에 이겼든 졌든, 두 팀이 최선을 다 해 열심히 경기를 했다는 자체를 축하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부모님들의 태도에서 아이들은 최선을 다 해도 때로는 시합에 질 수도 있다는 것. 이긴 팀에게 박수를 쳐줄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이런 귀한 인간 교육을 배우는 것입니다.
혼자만 잘 해도 안 된다는 것.
룰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
규칙을 위반하면 반칙의 벌을 받는 다는 것.
심판의 판정을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
주어진 질서를 무시하거나 떼를 쓰거나 억지를 부리거나 하면 자연히 도태, 즉 '왕따' 당하게 된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교육이 국, 영, 수학뿐인 제도는 아이들을 울타리 안에 가두어 키우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공부만 해야 하는 아이들은 내성적이 되기 쉽고, 나만 잘 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자들이 되기 쉽습니다.
공부를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불안함, 초조함이 싸여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한참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이런 스트레스를 운동을 통해 시원하게 날려 보내야 합니다. 축구든 야구든 달리기든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해가며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합니다. 어른들만 스트레스가 있는 게 아닙니다. 열 살짜리도 열 살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부모의 기대가 때로 아이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정신적 압박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에서는 일반과목에 포함되어 있는 체육 시간 외에 매일 방과 후 한 시간씩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 놀 수 있도록 자유 시간을 줍니다. 물론 그 시간은 어디까지나 자유이기 때문에 집에 가고 싶은 학생은 집에 가고 남아 놀고 싶은 학생들만 남아서 놉니다. 그러다 딱 한 시간이 지나면 정문이 닫힙니다.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급하게 운동장으로 달려 나와 주로 핸드볼을 하며 놉니다. 운동장 여기저기 핸드볼을 할 수 있는 나무 벽이 서너 곳 있는 데 두 명씩 짝이 되어 하다가 한 명이 나가게 되면 기다리던 아이 중에 한 명이 들어갑니다. 아이들은 긴 줄에 서서 자기 차례 오기를 끈질기게 기다리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 역시 그늘진 구석에 서서 아이들이 운동을 끝낼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립니다.
어디서든 자기 차례를 끈질기게 기다리는 기다림의 문화 또한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길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학교 정문이 닫힐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책가방을 들고 정문을 나서는데 하나같이 땀범벅입니다. 아이들에게 땀범벅이가 되도록 뛰어노는 시간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시간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지식만 습득하는 게 교육이 아닙니다. 오직 지식만 집중적으로 습득한 아이들은 오만방자한 사람.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쉽습니다.
선생님에게 거칠게 대항하는 아이.
동급생 또는 후배들을 왕따 대상으로 삼아 폭행을 일삼는 아이.
이런 행동을 쿨 하다고 생각하며 희열을 느끼는 아이.
이건 분명 잘못된 교육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감시 카메라나 경찰 잠복근무 같은 방법은 일시적 대책이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은 한 인간의 지적 발달뿐 아니라 신체적 성장과 품격이 형성되어가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건강한 사회.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은 건강한 인간을 키워내는 교육 정책의 개혁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뉴데일리.2012.2.18>
  
왕따 방지
왕따 방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