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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50년만의 아버지 무대<혈맥>
관리자 2007-05-14
 <사진: 연출 임영웅씨(김유미 왼쪽)와 명배우 백성희씨(오른쪽)등 출연진과 함께>
 
 *1998.6.16 조선일보 문화면 머리기사
 
국립극단, 정부수립 50년기념 시리즈 첫 공연 <혈맥>
50년만의 무대..."아버지 숨결 느껴요"
작고 극작가 김영수씨 딸 김유미씨, 미국서 날아와
 
"죽기 전에 아버님이 쓰신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될 줄 몰랐습니다."
재미 작가 김유미(57.金由美)씨는 지난 12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국립극장을 찾아 무대를 지켜본다. 그때마다 눈물이 나오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수만리를 한달음에 날아온 이유는 하나.
77년 작고한 부친(김영수.金永壽)의 대표작 <혈맥(血脈)>(연출 임영웅:12~21일)이 초연 50년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극단이 정부수립 50년을 맞아 '한국 현대사 재발견 시리즈' 첫 회로 택한 작품이다.
"48년 여덟살 때인가, 서울 중앙극장에서 <혈맥>을 봤지요. 어떤 아저씨가 방공호 앞에서 깡통 두들기던 대목이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혈맥>은 47년 초여름 성북동 산비탈에서 집도 없이 방공호에서 사는 세 가족을 다뤘다. 깡통을 펴 그릇을 만들고 미제담배가 보물취급 받던 당시 생활상을 그림 그리듯 생생하게 재현한다.
와세다 대학 영문학부를 수료한 김영수씨는 34년 <광월(光月)>(조선일보)과 <동맥(動脈)>(동아일보)으로 신춘문예를 통과한 극작가. 소외된 계층 궁핍상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50년대 이후엔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생활비를 대느라 희곡을 중단하고 드라마를 쓰는 걸 늘 아쉬워하셨지요. 자식들 공부시키고 결혼까지 시킨 뒤 74년인가 '김영수' 라고 도장찍힌 원고지 1만장을 들고 미국에 건너오셨어요." 하지만 웬일인지 작품은 쓰지 못한 채 고국에 들어왔다가 얼마후 돌아가셨다 한다.
유미씨는 "아버지가 남기고 간 원고지를 보며 이제 내가 글을 쓸 차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피 말리는 직업이라며 한사코 말리던 아버지도 딸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자 관심이 쏠렸던 모양이다.
"줄거리가 어떻게 되느냐, 등장인물이 많을 필요 없다, 앞에 쓴 부분만이라도 먼저 보내달라, 매일같이 편지를 보내오셨지요."
첫 장편 <칭크(동양인을 이르는 비칭卑稱)>를 탈고하기 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MBC 창사특집 드라마로 방영됐던 장편 소설<억새바람>으로 이름을 얻은 김씨는 수필집 <넓은 세상으로 내보내라>와 시집 <정떼기 연습>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63년 도미한 그는 교사로 20여년 재직하면서 교육전문가로도 명성을 쌓았다.
"아버지를 모델로 한 소설을 얼마전 탈고했습니다. <혈맥>공연에 맞춰 출간했더라면 더 뜻 깊을 텐데..." 가제목은 <활화산>. 열정적인 부친 생전 모습을 함축한다.
그는 "무대를 보면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새롭게 솟는다"고 말했다.
                                                        <金基哲 기자: kich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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