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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왕'이 살아낸 '삶의 드라마' <작가 김영수>
관리자 2007-05-13
*2002.10.5 조선일보 Books Section Cover Story
 
작가 김영수 (전2권)

 김유미 장편소설 / 민음사 / 각권 8500원


발행일 : 2002.10.05 / Books D1 면 기고자 : 박선이 
 
'드라마의 왕'의 '삶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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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직후 전국의 어린이들을 울리고 웃겼던 라디오 연속극 ‘똘똘이의 모험’을 아시는가. 고전이 된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와 60년대 한국 영화 황금기의 걸작들, ‘박서방’과 ‘거북이’ ‘굴비’, 그리고 제1회 전국연극대회를 휩쓸고 나중엔 영화로 만들어져 제1회 청룡영화상 작품상 등을 독차지한 ‘혈맥’…. 모두 작가 김영수의 작품이다.

1930년대 조선·동아일보의 신춘문예를 휩쓸었고 40~50년대는 라디오 연속극 작가로, 60년대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그리고 70년대 들어서는 텔레비전 드라마 작가로 이름을 날렸던 김영수의 삶은 그대로 우리나라 대중 문화 인물사와 겹쳐진다.

66세로 1977년 작고한 그의 삶을 실명 소설로 오롯이 옮긴 것이 ‘작가 김영수’다. 소설의 작가는 ‘작가’의 딸, 김유미씨. 미국에서 초등학교 이중언어 교사로 활동하며 ‘억새 바람’ 등 작품을 썼던 그는 이 작품에서 아버지의 고학 시절부터 야심만만한 청년 작가 시절, 죽음에서 간신히 살아나온 한국 전쟁 중의 비화, 그리고 몹쓸 병으로 다리 한쪽을 잃고 마지막 사랑마저 가슴 한편에 접은 채 생의 마지막 20년을 보내야 했던 아픔까지 조금도 감추지 않고 그려낸다.

굳이 소설로 윤색하지 않았어도 될 만큼 김영수의 삶은 드라마틱하다. 등록금을 못내 학교에서 쫓겨났던 가난한 집 아들이 전액 장학금으로 와세다대에 유학한 일부터, 기지에 찬 청년 작가로 30년대 문단을 주름잡던 기억, 좌우로 나뉘어 맞섰던 광복 후 작가와 문단,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50년대, 한국 영화 융성기였던 60년대…, 격동이라고 한마디로 말하기엔 너무나 거칠었던 시대를 마주했던 한 인간의 기록이며, 한국 현대사의 축약이다.

섬세하게 그려낸 유학 시절 유부녀와의 연애, 당대 멋쟁이 신여성과의 결혼, 절망적으로 끝난 마지막 사랑은 딸의 손끝에서 그려진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하다.

“원하는 게 절실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 1934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 김영수는 작가로 첫발을 내디딘다. 같은 해 김동리가 동아일보에 시 당선, 박영준이 조선일보에 소설 당선했고 바로 한해 전엔 황순원이 시로 등단했던 시절이다.

39년 조선일보에 소설 ‘소복’이 당선했을 때 누구보다 그를 성원했던 이가 시인 김기림. 당시 조선일보 학예부장이었다. 당선 축하 모임을 열어준 사람들은 박태원 최영주 윤석중 정현웅으로, 모두 한국 현대문학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인물들이다. 김영수는 동양극장 전속 작가가 된다. 최독균, 박진, 홍해성 같은 연출자가 그의 선배들이었고 복혜숙, 황정순, 최은희, 김동원, 강계식 등이 ‘스타’ 배우였다.

실명이 등장하는 소설 읽기의 묘미는 픽션과 실제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다. 한국 전쟁 중 대구 가고파 다방 풍경엔 육군 군복을 입은 최정희와 장덕조, 전숙희, 팔봉 김기진, 유주현, 박영준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환도 후 예술가들의 집결처였던 명동 동방살롱과 은성 장면엔 공초 오상순, 수주 변영로, 마해송, 구상, 조지훈, 김광주, 이봉구가 등장한다.

60년대 한국 영화 황금기 엄앵란의 모습도 상큼하다. 퇴계로 아스토리아 호텔서 신봉승과 시나리오를 쓰는 모습, 최창봉을 연출가로 전격 발탁한 일, 그리고 지금은 샌드위치집으로 바뀐 종로1가 중앙장의사 주인을 주인공으로 한 ‘사나이 한평생’을 라디오 드라마로 다시 썼을 때 연출은 전세권이었으며, 대학생 가수 조영남이 각설이 타령을 불러 일대 화제를 일으켰다는 것도 소설을 넘어선 역사 기록이다.

그러나 ‘작가 김영수’는 위인전이 아니다. 가족을 부양하느라 돈이 되는 글을 써야 했고, 병마에 시달리면서 고통스런 삶을 살았던 남자. 작가인 딸은 김영수의 내밀한 감성과 절망까지 담아냄으로써 우리 아버지 세대가 아프게 살아냈던 그 시절의 기록을 완성한다.

/박선이기자 sunny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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