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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 <억새바람> 돌풍...미국서도 대인기
관리자 2007-05-13
*1995. 1월호 월간 퀸 Queen
작가와의 만남/안방극장에 회제 모으는 드라마<억새바람> 원작자
 
살아 숨쉬는 삶의 퍼즐...탄탄한 소설...예견된 인기
 
김유미 30년 이민생활, 그 실제 감동 드라마
"남의 땅, 세찬 바람 속에서 억새풀처럼 살아온 우리를 아십니까?"
 
 
MBC가 창사기념 특집 드라마로 방영하고 있는 <억새바람>은 재미교포 작가 김유미씨(53. 시카고 거주)가 자신의 이민생활을 토대로 쓴 소설을 극화한 것이다. 자유와 풍요의 땅으로 상징되던 미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억세풀처럼 살아 온 사람들의 고통과 애환...드라마의 저편에 숨겨진 원작자 김유미씨의 실제 이민 생활은 드라마보다도 더욱 짙은 애환을 간직하고 있다.
미국 이민 사회를 다룬 드라마 <억새바람>이 한국의 안방극장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을 때 서점가에서도 똑 같은 이름의 소설이 소리없이 팔려 나가고 있었다.
요즘에는 문학작품을 드라마화 시키는 일이 일반적이어서 원작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는 것도 전에 없던 현상이다.
시청자들이 <억새바람>의 작가 김유미씨를 궁금해함에도 그가 좀체 언론에 얼굴을 내밀지 않은 까닭은 바로 드라마의 현장인 미국 땅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유미씨와의 인터뷰는 그러므로 문명이 우리에게 안겨준 혜택을 통해서 이루워졌음을 밝힌다. 먼저 팩스를 이용해 그녀의 신상명세서에 관한 자료를 불과 몇초 간격으로 전해받고, 보충내용은 마치 서울에 있는 친구와 하듯 전화로 나누었던 것이다.
두번째 전화는 남편 안영기씨가 받았다.
"곧 들어올 텐데요.. 한 시간쯤 후에 다시 걸어주시겠습니까?. 참 팩스자료는 받으셨죠?" 세계적인 통신기기회사인 모토롤라사에서 엔지니어링 매니저로 근무한다는 그는 친절한 목소리로 아내의 부재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김유미씨와 전화가 다시 연결된 것은 1시간 뒤. 서울에서는 가장 바쁜 시간이었지만 시카고 현지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괜찮아요. 밤 12시 이전엔 자 본 일이 없으니까요. 이곳 시카고 공립학교서 교사생활을 17~18년간 해오는 동안 줄곧 그렇게 바쁘게 살아요. 집이 교외에 있으니 아침 일찍 직접 차를 몰고 나갔다가 돌아와서는 밥 짓고 집안 치우고 가정주부로서 일도 해야죠. 글은 주로 밤에만 쓰구요."
50대 초반의 언덕에 서서 김유미씨는 주부, 교사, 소설가의 타이틀을 갖고 사는 자신을 되돌아 볼때 남편의 외조가 무엇보다 고맙다고 덧붙인다. 이민생활중 만난 남편 안영기씨는 결혼 직후부터 아내가 한쪽에서 밥을 하면 옆에서 아기를 봐주거나 집안 청소를 해주는 것으로 서로 돕곤 했다고 한다. 지금껏 파출부 한번 써본 일 없이, 각자의 일을 갖고서도 가사는 분담하는 생활방식은 그러나 대다수 성실한 이민자들의 삶과 별다를 것이 없다고 김유미씨는 말한다.
 
초기 촬영 때는 현지 교민들 반발
 
미국으로 떠난 우리 교포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남의 땅, 세찬 바람 속에서 질기게 뿌리를 내리며 억새풀처럼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삶. 교포사회의 본모습을 한번 진지하게 보여주자는 것이 드라마 <억새바람>의 기획의도였다. 그간 미국 이민사회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들이 몇 있었지만 이들중 대부분은 흥미위주의 개인사에 치중해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교포사회의 전체를 그려내는 데는 실패했다.
손쉽게 극적 재미를 얻으려 미국사회의 어두운 면만 부각시키거나 또 지나치게 미화함으로써 실상을 왜곡하다보니 현지 교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곤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처음 시카고, LA, 뉴욕등지를 돌면서 <억새바람>이 촬영에 들어 갔을때 제작진은 일부 교민들의 항의에 직면해야 했다.
"지난 7월 현장 답사차 시카고를 방문했을 때입니다. 갓 이민 온 어느 교민 집을 소개받아 세트 재현용으로 스틸 사진을 몇장 찍었는데, 밤중에 돌아온 남편이 자기 허름한 집이 TV에 소개되는 줄 알고 불같이 화를 내며 항의하는 것이었습니다. 방송용이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어, 우리는 한 밤중에 바로 옆집을 찾아가 빈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해프닝을 벌였어요..."
국내에 있을 때보다도 한층 더 '어렵게 사는 모습'이 본국의 친지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싫어하는 교민들...이민간 사람들은 대체로 자리가 잡힌 후에야 교민사회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고 MBC 이병훈 부국장은 밝힌다.
 
넌픽션 같은 신선함...이영하 김미숙 하희라 출연
 
극의 전개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 <억새세람>은 상당한 평가를 얻고 있다. 이러한 호평은 원작자 김유미씨가 30년동안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한국학교의 교장으로서 그리고 현지 교포신문의 논설위원으로서 이민자들의 삶의 현장 한가운데서 숨쉬고 살아 온 작가라는 사실로 이미 기획단계서부터 예견되었던 터다.
"MBC 측에서 요청이 들어 왔을 때 제가 간곡히 부탁한 것도 그점이었어요. 예전의 드라마는 폭력이나 섹스, 지나친 방탕의 이미지로 왜곡해서 표현하곤 했는데 절대 그러지 말아달라.... 이곳 보통 이민자들의 생활은 한국서 보면 답답하다 싶을만큼 성실해요. 정말 단순하고 순수한 사람들이죠."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 <억새바람>에는 넌픽션과 같은 소재의 신선함이 살아 숨쉰다.
30대 초반의 해직교사 부부(이영하 김미숙 분), 이미 우리 정서가 굳은 큰 아들과 쉽게 동화되어가는 막내, 미국 생활에 끝내 적응하지 못해 이혼하고 마는 전직기자 부부(임성민  하희라 분), 그리고 저마다 갖가지 애환을 지닌 채 쓸쓸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숱한 인생들이 마치 퍼즐 조각처럼 이리저리 방황하는 것이다.
이 조각들이 모여 드라마 위에서 한폭의 그림을 이루면서, 우리는 그 그림에 한숨처럼 깔리는 이민자들의 우수를 발견한다.
 
비디오 출시된 드라마 미국서도 인기
 
 한국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이 며칠 지나지 않아 곧 미주지역에 비디오로 나가는 것처럼 <억새바람>의 인기는 김유미씨가 살고 있는 시카고에서도 마찬가지로 느낄 수 있다. 김씨는 자신도 비디오를 통해 잘 보고 있으며, 드라마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오늘도 LA에 사는 교포에게서 전화를 받았어요. 꼭 자기 얘기 같고, 자기가 주인공 같다는 거예요. 그런 말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져요. 삼각관계 하나 없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내용이지만, 실제 이민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도라면 실패는 아니니까, 그러면 됐어요"
김유미씨의 이민 생활은 어쩌면 김미숙이나 하희라 역의 여인보다도 훨씬 치열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던 63년, 그녀는 22세의 한창 나이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시키고 근교 오로라에 있는 미드웨스트 방송학교에 적을 두고 '돌아가면 방송계에서 일하리라'는 결심이었다. 낯설고 물설고 언어 설고, 게다가 가족이나 친구마저 없는 곳에서 이를 악물고 외로움과 울적함을 견디던 그녀를 미국에 눌러앉게 만든 사람, 그가 바로 지금의 남편 안영기씨였다. 경기고 출신에 퍼듀 공대를 졸업한 미남 청년은 이 처녀로 하여금 고국에 돌아갈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리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딸 둘을 낳으며 미국 생활에 점차 적응해 나가는 동안 스스로에 대해 회의가 생겼어요. 그냥 세월아 가거라 하고 마냥 살 수는 없었어요. 월급봉투를 위한 일은 싫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교사가 되자는 거였어요."
대학 졸업후 7,8년간이나 책을 놓아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일리노이의 내셔널 교육대학원에 진학, 낮에는 아이들을 키우고 밤에는 공부하는 엄마가 되었다고 한다. 그 2년 반의 세월동안 그녀는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결국 교사자격증 획득을 위한 필기-구두시헙을 모두 치러내고 70년대 중반 이민물결이 거세질 무렵 시카고에서 처음으로 2중언어 교사가 될 수 있었다.
"베이트만, 암스트롱, 피터슨, 제이슨 스쿨에서 한국 아이들을 가르치며 뿌리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했어요. 한국인의 얼을 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말 교육이 우선임을 깨닫고 무보수로 한국말 학교 교장을 맡았지요."
그녀가 지금 재직하고 있는 제이슨 스쿨에는 이제 한국아이들이 2백명 가량 된다고 한다. 김유미씨는 한국인 학부모를 위한 영어교실도 열고, 초기 이민 부모와 학생을 위한 상담도 해 가정마다의 심각한 갈등이나 교육문제를 푸는 일에 정성을 기울였다.이 일은 차츰 사명처럼 느껴졌고, 그런 날들의 소산이 곧 <미국학교의 한국 아이들>이란 책으로 엮어지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중심인물 가운데 하나로 등장하는 문수와 진수의 이야기는 이처럼 20여년의 교육현장 체험의 일부를 담아낸 것이다.
 
공주처럼 날렸던 여대생...아버지의 피 이어
 
 <억새바람> 외에도 김유미씨는 <보이지 않는 그물> <칭크> <뜨거운 가슴으로>등 여러권의 소설과 수필집을 펴내며 작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세인트 찰스 강변의 사랑>이라는 장편을 집필 중인데, 얼마후 한국에서는 또 <첫 눈>이란 장편을 출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녀의 문학적 재능은 부친으로부터 영향받은 바가 크다. 극작가로 유명했던 고 김영수씨가 아버지로, 그 분의 대사의 흐름은 딸의 소설속 대화에서 잘 살아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학교 일을 마치고 저녁 설거지를 끝낸 후 콩나물 꽁지를 따며 작품 구상을 하다가, 콩나물 몸통을 죄다 분질러 실수를 금치 못했던 일도 있어요. 하지만 교직을 수행하면서도 문학에도 신명을 바칠 수 있음에 행복을 느낍니다."
삶이 주는 공허의 여백은 누가 외부에서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채워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그녀는 말한다.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로 뛰었고, 모 여성지 창간기념호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을 정도로 김유미씨는 자신만만한 청춘을 살았었다. 그러나 생활에서는 바늘 귀 하나 제대로 못 뀌고, 찬물에 걸레 한번 빨아 본적이 없었던 그녀는 이제 딸들에게 안감 넣은 오버까지 직접 만들어 입히는 어머니로 변모해 있다.
딸 크리스틴(25세-안종원)과 엘리자벳(23세-안종영)은 모두 대학을 졸업한 성인이 되었다.
 
도시락 먹고 촬영 강행군 하는데 놀라
 
드라마 촬영은 지난 10월 시카고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장소 섭외 등 필요한 협조는 현지 프러덕션에서 맡았으므로 김유미씨는 가끔 시간이 날때 현장에 들러 지켜보는 정도였다고.
"이관희 PD를 비롯해 모든 스탭과 연기자들이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정말 놀랐어요. 쌀쌀한 날시에 4달러짜리 도시락을 시켜 길에서 먹어가며 강행군을 하는데, 두달 반을 그러는 거예요. 사실 해외 촬영을 한다면 으례 적당히 놀면서 찍는 건줄 알았거든요. 시카고 교민중에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 몇이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기다리다가 결국 그대로 돌아가는 일도 많았을 정도로 바쁘게 진행되어서 나중에는 탈렌트들이 쓰러지지나 않을까 걱정했답니다."
LA 촬영때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일주일간 머물기도 했다는 김유미씨는 이영하 김미숙 손지창 하희라등 연기자들과 함께 지낸 추억도 잊을 수 없다고 수줍게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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