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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영 <김영수의 혈맥 공연>
관리자 2007-12-09
'한국연극 재발견' 첫번째 무대 <혈맥>
1998. 6.12(금)~21(일)
국립극단 제178회공연 팸플릿
 
국립극단의 新機運---金永壽의 <血脈>공연
柳 敏 榮 (연극평론가)
 
한국연극의 평균을 항상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제시해온 국립극단이 그동안 했던 정기공연과 名作극장 같은 기획은 사실 혼란스런 연극계를 진정시키는 요인도 되었다.
바람직한 레파터리 선정과 안정되고 수준 높은 앙상블 등은 분명히 우리연극의 척도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국립극단이 또 다시 '한국 연극의 재발견'이라는 새로운 기획으로 연극계의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참신하면서도 전진적이서 주목을 끌만 하다. 더욱이 첫번째 연출가로 원숙기에 접어든 중진 연출가 林英雄씨를 택했다는 점에서 국립극장의 의욕을 읽게 만든다. (중략)
항상 새 작품만 좋아하고 외국 번역극만 선호하는 우리 연극계 풍토에서 死藏되어 있는 희곡 유산을 발굴, 재창조하는 일은 국립극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최상의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런 취지에 걸맞게 金永壽의 대표작 <血脈>을 첫번 작품으로 택한 것은 임영웅씨의 혜안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이 현대희곡사에서 드물게 찾을 수 있는 秀作이라는 점이 첫째 이유이고, 두번째로는 그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시대정신이 IMF 고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현실과 들어맞으며, 세번째로는 원숙기에 들어선 임영웅씨 연출이 한번쯤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미 잊혀진 작가 金永壽는 와세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서구 희곡에 심취했다. 그가 특히 영향을 받은 서구작가들로는 하우프트만, 막심 고르키, 안톤 체홉 등인데 성향이 각기 다른 세 작가 세계서 필요한 장점만 배웠다는 점에서 김영수의 재능을 읽을 수 있다. 가령 하우프트만에게서는 환경극적인 방법을 배우고, 고르키에게서는 빈궁한 삶을 문학으로 형상화시키는 상상력을 터득했다고 한다면, 안톤 체홉에게서는 인생의 슬픔과 기쁨을 희곡으로 어떻게 승화시키는 가를 알아냈다고 말할 수 있다.
근대 희곡사상 이렇게 현명한 작가는 극히 드문데 그런 김영수가 대중으로부터 잊혀진 것은 대체로 두가지 이유때문이 아닌가 싶다.
즉 한가지는 그가 후반기에는 주로 방송작가로만 활동하면서 해외로 떠돌았다는 것과, 해방 직후에 펴낸 희곡집이 한권 밖에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日帝 말엽부터 소설과 희곡 두 장르에 걸쳐서 6.25 직후까지 왕성한 활동을 벌였던 그는 1950년대에 일본에서 8년여간 방송요원으로 근무하고 귀국한 후에는 방송 드라마만 썼다. 따라서 대중은 그를 방송작가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주목받는 소설가이자 극작가로서 주옥같은 작품을 여러편 남겼다.
그의  대표작으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혈맥>은 해방직후 5년간에 나온 수많은 극작가들의 작품들 중에서 단연 佳作으로 꼽힌다.
확고한 자기 세계를 구축했던 그는 사회주의는 철저히 혐오하고 정통 리얼리즘 기법으로 식민지 치하의 민중의 곤궁한 삶을 형상해 내는 것을 그의 작품의 화두로 삼았다. 데뷰작인 <狂風>으로부터 시작하여 <동맥><단층><총>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은 식민지 말엽 한국인의 곤비에 찬 삶 그 자체였다. 그러한 작품 계열의 결정체가 다름 아닌 <혈맥>인 것이다.
그의 작품은 모두가 '집'으로부터 시작한다. <광풍>으로부터 <혈맥>에 이르기까지 황폐한 집이 드러남으로써 작품 전체를 어둠으로 뒤덮는다. 그러나 주목되는 것은 그 어둠과 절망의 집에는 언제나 한가닥 서광이 비친다는 점이다. 바로 여기서 그가 임영웅씨의 세계관과 상통한다. 반세기 가까이 일제에 의해서 철저하게 착취 수탈당한 우리민족의 광복직후 생활이란 묘사하기 어려운 삶이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거간꾼, 땜쟁이, 담배장수, 댄서, 지겟군, 야미장수, 노무자 등 뿌리 뽑힌 군상은 그대로 해방 직후 우리들의 肖像이었다. 겨우 방공호를 안식처로 삼고 있는 이들은 그마저 지주에게 추방당할 지경에 이른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저항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김영수가 외골수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작품에서 대체로 현실주의자와 이상주의자를 동시에 등장시킴으로써 절망속에서도 언제나 희망의 빛을 던져준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곧 저자가 현실과 미래를 동시에 묘사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작품에서도 그 내부를 투사해보면 주인공들이 부단히 절망을 딛고 미래로 나가려고 몸부림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가령 여주인공(원팔의 처)의 죽음과 동시에 새 집터를 다지는 지경소리가 무대에 울려 퍼지는 것은 그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김영수는 단순히 거기서 끝나지 않고 식민지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시대의 도래까지를 예시한다.
김영수의 비극적 낙관주의는 보수 속의 진보 정신의 소유자라 할 임영웅씨의 세계관과 절묘하게 맞닿고 있지않나 싶다. 임영웅씨가 베케트를 좋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동안 서양 희곡 연출에 몰두해있던 그가 이번 <혈맥>에서는 어떤 세계를 그려 낼지 기대가 크다. (하략)
 
임영웅 <한국현대극의 재발견---혈맥>
유 호 <반석과 같았던 분--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