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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작가 대담: 김문수-김유미
관리자 2007-05-05
*1999. 7.27  동아일보(시카고)
 
대담: 소설가 김문수, 김유미씨
 
"한국 기성작가 틀 부술 수 있는 작품
 
미국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편집자 주: 동아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문수(심사위원장)씨와 김유미씨가 제2회 동아일보 신춘문예 심사를 마치고 대담한 내용을 요약했다. 본문에서 유는 김유미씨, 문은 김문수씨를 지칭한다)
 
 유---심사위원장으로 수고해 주시고 미국까지 오셔서 시상식에 참여해 주신 김문수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초혜 선생도 와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선생님, 올해 작품을 작년과 비교해 주십시오.(이하 존칭 생략)
문---평균적으로 올해 작품은 작년보다 질적 양적 수준이 훨씬 못미쳤다. 자연현상에다 비하면 '해걸이' 라고 할까. 어떤 문예현상모집이든 어떤 해는 좋은 작품이 넘치고, 또 어떤 해는 흉작인 경우가 많다.
유---수필은 신변얘기를 서정적으로 잘 풀어서 써야하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이민생활의 탄식, 분노를 문학적으로 소화시키지 못한 채 다루고 있고 식상하기 쉬웠다. 수필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쉽게 생각하여 공감할 수 없는 얘기들을 나열해 놓은 작품들이 많아 안타까웠다.
문---수필에서 개인의 신세타령을 늘어놓게 되면 잡기가 된다. 신변얘기를 수필로 쓸 때는 잘 풀어서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문학적으로 승화시켜서 써야 한다. 착각하면 안된다.
유---심사윈원중 한사람은 미국에서 두 사람은 한국에서 작품을 심사했는데, 심사위원간에 약속이나 하듯 작품 평가가 일치하는 것을 발견하고, 역시 작품은 하루 아침에 잘 써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당선작 수준에 거의 도달했지만 당선을 주기에는 뭔가 미흡한 작품이 몇편 있었는데, 이 작품들에 대해서도 심사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신춘문예 응모자들 중에 문학을 취미로 한다고 얘기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문---문학은 취미가 아니다. 취미로 글쓰는 사람은 가족이나 친구에게 돌려보는 비망록 수준 정도의 작품을 쓰겠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신춘문예에 응모한다는 것은 전문 문인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따라서 신춘문예를 좀더 무겁게 생각하는 자세 변환이 필요하다. 문학을 하겠다는 것은 대사회적으로 독자를 확보하겠다는 얘기로 책임이 동반하는 일이다.
유---작년처럼 올해도 노트를 찢어 작품을 써 보낸 응모자가 있었다. 성의 없는 행동으로 보였다.
문---작품의 문장은 미사여구일 필요가 없다. 어휘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작자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면 된다. 해외 한인의 경우 문화와 생활이 다르고 우리 글을 많이 읽지 못해 어휘가 풍부하지 못한 경향이 있다. 또한 응모작을 보면서, 읽지않고 글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복권당첨을 노리듯이 요행수를 바라고 문학작품을 응모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글을 일단 완성했으면 다시 읽고 퇴고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기 옷매무새를 거울을 보면서 고치는 것처럼 글에 잘못이 있는 가를 확인해야 한다.
유---이번 심사를 담당한 세명의 심사위원 모두가 당선권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들도 끝까지 읽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해외 동포 작자들은 신선한 소재를 많이 발굴해 조국의 기성작가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경이 무너지는 사회에서 작품만 좋으면 얼마든지 본국에서도 사랑 받을 수 있다. 미주 동포는 우월한 조건이 많은데 지나치게 한국 지향적이다. 얼마든지 소재가 많은데 다루는 소재가 신세한탄, 이혼 등 좁을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미국은 한국과 달라 공간도 넓고 자연환경도 좋아 문학하기에 여건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교통지옥에서 시달리고, 하루 종일 들고볶고 전쟁터 같은 데서 살다보니 건전한 생각을 하기 어렵다. 그리고 작품을 쓸 시간도 없다. 이처럼 여유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좋은 글이 나오겠는가?  반면에 미국엔 공원 같은 집에, 생활공간도 넓고 자연환경이 좋아 사람들도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짐작된다. 여유가 있다는 것은 결국 소재가 풍부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작가들이 발굴할 수 없는 작품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이곳 미국땅엔 존재한다. 글로벌 시대에 한인에 관련된 것만 다루지 말고 소재폭을 넓히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백인도 다루고 흑인 히스패닉도 다뤄 보기를 권한다. 소재가 풍부하기 때문에 글공부만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대작이 나올 수 있다고 학신한다.
유---스스로 자질은 있는데 미국에 와서 능력발휘 못한다는 생각 말고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문---이 땅에도 한국 신문과 잡지가 많아 해외동포 작가에게 작품 발표 기회를 주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문-유---문학공부는 읽고 쓰는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독서가 부족한 상태에서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은 추한 얼굴을 가리려고 화장하는 것과 같다. 평소에 쓰는 어휘로 평범하게 글을 쓰면서도 잘 쓸 수 있다.
문---현 시대는 자식과 문화전달에 국경이 없다. 하바드 대학 교수의 이론이 세계 모든 사람에게 순식간에 전달되듯이 문학도 일단 활자화되면 모든 사람에게 읽히기 때문에 금방 검증된다. 다시 말해 좋은 글을 쓰지 않으면 곧바로 묻혀버린다는 사실에 유념했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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