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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저널>인터뷰...MBC 드라마 <억새바람>
관리자 2007-05-02
*TV저널(시사저널 발행) 제46호 1992. 9. 11 P64~65
재미작가 김유미
"이민 동포의 아픈 삶 바로 알리겠다"
 
LA 흑인폭동이 발생한 이후 국내방송사들은 즉각 이민드라마를 기획했다.
그간 몇편의 이민 영화가 제작된 바 있으나 대개 퇴폐적 애정행각이나 청춘의 풍속을 다룬데 반해 이번 방송사에서 기획한 이민 드라마들은 교민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끈다.
특히 MBC가 창사특집으로 제작하고 있는 <억새바람>(11월2일 방영 예정)은 16부작의 대형 드라마라는 점 이외에도 작가 자신이 30년간의 이민생활을 통해 엮어낸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유미씨(51)는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던 해인 지난 63년 도미, 내셔널 교육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수료하고 교편생활을 시작하여 지금은 시카고 공립학교에서 이중언어교사로 재직중이다. 한겨레신문 시카고지사 논설위원, 일리노이 한국학교 교장등을 역임하며 '의식있는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교포사회의 표나지 않는 기둥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월20일, MBC 2층 연습실에서 이관희 감독을 비롯해 이영하, 하희라, 손지창, 임성민 등 연기자들과 처음 만난 김유미씨는 "소설을 쓰면서 상상했던 이미지와 출연자들의 이미지가 참 잘 맞는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첫 연습을 지켜본 후 유독 영어대사가 많아 애를 먹는 연기자들의 발음을 잡아주고 초기 이민자들의 의상이나 머리 스타일에 대해 조언을 해주었다.
뉴욕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큰 딸 종원(25), 광고회사에 다니는 작은 딸 종영(23)과 함께 한달 남짓 고국에 체류하던 김유미씨는 시카고 로케에서 다시 촬영팀과 만날 것을 기약하며 지난 23일 출국했다.
 
---5공때는 반체제 인사로 분류되어 입국이 허용되지 않았지요? 모처럼 고국을 방문한 소감이 어떻습니까?
"형식적인 해제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못 들어오게 하는 것보다야 한결 낫지요.
한국 영사관에서 제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다 '이런 교사는 내보내야 하지 않느냐'고 압력을 가하지 않게 된 것만도 다행이구요. 이번에 서울에 온 것은 <억새바람>이 드라마화 된다 해서 관계자들도 만나고, 제가 준비해온 영어 회화 교재를 출판해 볼까 해서지요."
(그는 시카고에 거주하며 양심수 가족돕기, 개헌반대 서명운동을 주도하거나 미주한국신문의 칼럼을 맡아 강도높은 발언을 함으로써 78년부터 88년까지 한국비자를 받지못하는 인물이 되어버렸다. 86년 2월, 김대중씨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공항에서 꽃다발을 걸어주는 장면이 국내에 보도됨으로써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억새바람>은 언제, 어떤 심정으로 쓰셨습니까?
"90년에 쓴 소설인데 89년에 낸 <칭크>(미국인이 소수민족 특히 중국인과 한국인을 경멸하여 부르는 말)의 속편입니다. 이번에 MBC에서 드라마로 만드는 작품은 <칭크>와 <억새바람>을 한데 묶은 거지요. 5공시정에 한 해직교사의 가정이 미국으로 이민가서 어렵게 적응하며 생활터전을 마련해가는 과정을 뼈대로 삼고, 미국내 교민사회의 실상, 교포2세의 아이덴티티를 둘러싼 고뇌 들을 그려본 겁니다. 한국에서는 이민간 사람들을 골프나 치고 파티나 다니며 수전노처럼 돈만 버는 사람으로 여깁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그 왜곡의 정도는 더 심하더군요. 이민자는 도망자나 배신자가 아닙니다. 가슴 속에 부는 바람을 안고 살아남으려 애쓰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30년간 미국에서 살아 온 작가로서, 그리고 미국학교에서는 보기드문 한국인교사로서 이민자들을 관찰하기에는 비교적 좋은 입장에 있었어요. 그들이 어떻게 일어서고 어떻게 쓰러지는지를 저만큼 많이 목격한 사람도 드물 겁니다. '제대로 알리자'는 심정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LA폭동이 일어나기 전에 쓰신거군요. 그런데 소설을 읽어보면 마치 그런 사태가 일어날 것을 예견이라도 하듯이 한-흑 갈등과 격돌의 과정이 정밀하게 묘사되었더군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저 보고 '예언자'라고 농담합니다. 그러나 흑인 폭동사태는 미국에 오래 살아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흑인들의 한인가게 불매운동'만 해도 수없이 벌어져 왔거든요. 한인들이 대개 흑인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 있는 마당에 그들을 멸시해서는 안됩니다. 그들로서는 '큰 부자'인 백인들보다 '눈 앞의 부자'인 한국인들에게 더 직접적인 질투를 하거든요. 흑인지역사회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하고 '깜둥이'라는 용어도 써서는 안됩니다."
---선생님 자신의 이민생활은 어땠습니다?
"대한민국에는 데이트하고 싶은 남자가 하나도 없다고 떠들어 댈만큼 콧대 높았던 아가씨가 미국의 초라한 아파트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취직하고..., 트렁크 하나 가득 넣어왔던 앙드레 김 드레스를 찢어서 애들 오버 안감으로 대어 손수 바느질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작가가 되기를 열망했던 여자가 교사생활을 하며 '낙오 되는 거 아닌가'하는 두렵움에 떨고, 돈과 권세를 가진 남자들이 수없이 집적거리는 세월 속에서 정신병자가 되지 않고 살아 남았지요(웃음). 언젠가는 제 자신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고백해서 자전적 소설을 한편 쓰려고 합니다."
(그는 도미한 이듬해 펴듀공대 출신의 안영기씨(55)를 만나 결혼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안씨는 미국의 대기업인 모터롤라사의 부사장급 엔지니어다).
---미국에는 1백만의 동포가 살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도 지역감정, 계층간의 갈등 등 소용돌이가 그치지 않는 것 같더군요. 우리 이민사회는 앞으로 희망이 있다고 보십니까?
"네. 저는 오직 우리 2세들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그들은 부모가 선택한 나라에서 태어나 살며 수많은 도전을 받습니다. 나는 한국인인가 미국인인가, 내조국은 남한인가 북한인가, 그런 문제를 가지고 심각히 토론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봤습니다. 물론 '내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하고 외면하는 아이들이 더 많아요. 약 70%가 그런 애들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극소수에 의해 발전하지 않습니까?"
---<칭크>나 <억새바람>을 읽어보면 연작이라고 하기에는 이야기 구조와 상황설정이 상당히 다르더군요. <칭크>를 가족소설이라고 한다면 <억새바람>은 참여소설이라고나 할까요?
"사실입니다. 1부에서는 주인공인 태섭이 가족을 이끌고 미국으로 오게 된배경과 초기 정착단계의 애환을 그렸는데, 2부는 주로 교민사회의 문제점들을 고발하는 내용이 되었어요. 이 두 소설을 드라마화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아직 끝나지 않은 소설인데'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3부에서는 태섭의 두 아들인 문수와 진수가 장성하여 북한까지 갔다가 온 이후의 이야기를 전개시킬 계획이었거든요. 드라마와 관계없이 곧 3부를 쓸 계획입니다"
---역시 소설가이셨던 선친 <고 김영수>께서는 드라마대본도 많이 남기셨지요?
"제1회 청룔영화상을 받은 <혈맥>과 방송대본 <굴비>, <박서방>등이 있습니다. 아버님은 서민적인 정서르 참 잘 그려내셨을 뿐 아니라 그 자신 참 다감한 분이었어요. <굴비>라는 드라마 대본을 쓰실때였는데 한 밤중에 누가 '헉헉' 하며 느껴우는 소리가 나서 보니까 아버지가 글을 쓰시며 우시는 거예요. 작가는 귀족이 아니라 서민이며 대중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신 분도 아버님이였구요"
---돌아가시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무엇입니까?
"글 쓰는 일이지요. 근심거리가 있다면 외국남자를 사위로 맞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겁니다. 사윗감은 한국남자였으면...단 딸아이들이 정말로 '사랑하는' 한국남자였으면 하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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